이효범 2022. 7. 6. 06:10

6-13.  원점복귀법

 

노자는 만물이 도에서 분리되어 나온 후에 멀리 퍼져 나가 요원해져 극에 이르면 다시 돌아온다고 하였다. 이렇게 도가 멀리 갔다가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주행(周行)이라고 한다. 그래서 도란 주행하면서 위태롭지 않다고 하였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목표로 했던 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권고한다. 이렇듯 생각을 가다듬어 나가는 동안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어 사고가 진전되지 않게 되었을 때 새로운 발상을 하기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 재출발하는 방법이 원점복귀법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원점인가를 반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지금까지 원점으로 생각한 데서 더욱 거슬러 올라가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면 전혀 새로운 길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그것이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문제의 본질 중 다른 측면이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데카르트는 절대 확실한 진리를 찾기 위해 의심이 될만한 것은 과장해서라도 모두 제거했다. 그러나 의심하고 있는(생각하는) 이 나는 존재한다는 사실만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절대 확실한 진리로 인정했다. 이 명제는 새로운 지식체계를 세우기 위한 데카르트 철학의 제일원리가 되었다. 그러나 절대 진리로 데카르트가 인정한 이 명제도 과연 의심할 수 없을까? 내가 생각하므로 나는 존재하는가? 거꾸로 내가 존재하니까 나는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사고의 원점으로 돌아와서 그 원점을 다시 근원적으로 점검하면 다른 통로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