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 2022. 6. 22. 07:10

6-2.  스캠퍼(SCAMPER)

 

오스본은 사고를 자극하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확산적 사고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질문은 모두 9가지로 되어 있다.

전용하다면? 지금 이대로 다른 곳에 사용한다면? 응용한다면? 비슷한 것을 흉내낼 수 없을까? 변경하다면? 의미, , 움직임이나 냄새, 모양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확대한다면? 크게 만들거나, 길게 만들거나, 빈도를 늘리거나, 시간을 연장하면 어떻게 될까? 축소한다면? 작게 만들거나, 짧게 만들거나, 가볍게 만들거나, 압축하거나, 시간을 줄이면 어떻게 될까? 대용한다면? 사람이나 물건, 재료, 장소 등을 대치할 수는 없을까? 치환한다면? 교체하면, 순서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역전시키면? 거꾸로 놓거나 상하좌우, 역할을 반대로 하면? 결합시키면? 합체, 혼합, 통합하면 어떻게 될까?

개인이나 집단이 생각을 짜내다 그것이 잘 안될 때 이러한 질문들을 이용하여 커다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것들은 문제에 대하여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하거나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인간이 만든 새로운 모든 것은 기존의 어떤 것을 단지 추가하거나 변형하거나 조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질문들은 생산 현장뿐만 아니라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17939월 영국군은 프랑스 남부의 항구도시 툴롱을 점령했다. 군사적 요충지를 빼앗긴 프랑스는 비상이 걸렸다. 당시 부사령관이었던 나폴레옹의 나이는 겨우 24세였다. 그가 내놓은 대책은 툴롱 인근의 작은 요새 레귀예트를 점령해야 한다는 것. 이는 미국 독립전쟁 중에 벌어졌던 요크타운 전투(1781) 이후 영국 육군은 해군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점. 그리고 1429년 잔다르크가 오를레앙 요새를 되찾기 위해 도시 주위의 작은 요새들을 차지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썼다는 점. 그리고 이동성이 뛰어난 경량포가 10년 전 개발되었다는 점 등에 착안한 결정이었다. 나폴레옹의 판단은 훌륭하게 적중되었다. 나폴레옹의 성공 전략은 냉철함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례에서 얻은 조각들을 완전히 새롭게 끼워 맞춰 만든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항상 새로운 스타일을 갈구하던 피카소는 1906년 어느 날 프랑스의 앙리 마티스와 마주하게 된다. 마티스는 현대 미술에 한 획을 그은 인생의 행복을 그린 인물이다. 피카소와 만나던 날 마티스는 아프리카 조각상을 품에 안고 있었다. 피카소는 마치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집에 돌아간 피카소는 그날 밤부터 마티스와 화풍에 아프리카 조각상을 결합한 독특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불후의 명작 아비뇽의 처녀들이 탄생했다. 이런 사례들을 셀 수 없을 만큼 거론할 수 있다. 미국 흑인 인권노동가인 마터 루터 킹 목사는 마하트마 간디로부터 아이디어를 빌렸고, 간디는 미국의 여성 투표권 쟁취 운동을 벌인 앨리스 폴을 따라 비폭력 운동을 펼쳤다. 역사에 등장하는 획기적 아이디어들도 사실 완전한 무로부터 창조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각과 변형으로 나온 결과물들이다.

밥 에벌레(Bob Eberle)는 오스본이 사고를 자극하기 위해 던진 9개의 질문의 형태를 더 축약해서 7개로 만들고, 이것을 SCAMPER라는 알기 쉬운 머리문자(頭文字)로 나타내었다.

 

(1) Ssubstitute(代替)를 의미한다. 대체란 우리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경우이다. “나는 그 대신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성분, 자료, 부분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새로운 해결책의 대부분은 많든 적든 간에 이 대체 사고의 결과이다. 소트 드링크에서 설탕을 인공 감미료로 최초로 대체한 사람은 우리들의 음료 습관을 영원히 바꾸어 놓아버렸다. 냅킨을 만들 때 섬유 대신에 종이를 사용한 사람도 대체 사고법을 활용한 것이며, 자동차의 펜벨트가 끊어졌을 때 스타킹을 대신 사용하는 것도 대체 사고법의 예이다. 이러한 예에서 보면 새로운 해결책이나 혁신은 원래의 것을 새로운 자료 혹은 부문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물건, 장소, 사람, 아이디어, 그리고 심지어 감정까지도 대체시켜 볼 수 있다. 대체는 적절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때까지 다른 것을 대치시켜 보는 시행착오법의 일종이다.

 

(2) Ccombine(組合, 結合)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는 나는 각 부분들 혹은 생각들을 어떻게 조합시킬 수 있을까?”, “새로운 것을 제안하기보다는 새롭게 조합할 수는 없을까?”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시계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타이머 시계, 라디오 시계, 알람시계, 시계-비디오 게임, 텔레비전 시계 등등. 이러한 것들은 모두 두 개 이상의 별개의 것을 조합한 것들이다. 식료품 중에도 새로운 조합의 결과인 것이 많다. 떡라면은 종전의 떡국과 라면을 새롭게 조합한 음식이며, 불낙도 종전의 불고기와 낙지볶음을 새롭게 조합한 음식이다. 이렇게 새롭게 조합된 음식은 종전의 음식 맛과는 다른 새로운 맛을 내며 따라서 사람들이 잘 사먹게 될 것이다. 또한 인쇄기는 구텐베르크가 포도주 짜는 기계에 주조기를 조합해서 만든 것이며, 멘델은 새로운 유전학을 만들기 위해 수학과 생물을 조합하였다.

 

(3) Aadapt(適用)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는 이것과 비슷한 다른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그 밖의 다른 것을 바꾸거나 흉내 낼 수는 없을까?”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적용에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미 알고 있는 어떤 것을 바꾸는 일을 하게 된다. 자동차 뒤에 주택을 달고 다니는 이동주택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말 뒤에 달린 수레에서 힌트를 얻어 이에 적용한 것이다. 창의성에 대한 패러독스 중 하나는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친숙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기기관의 발명의 경우 우리는 보통 제임스 와트가 주전자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와트가 사용한 기관은 이미 영국에서 운행 중이었던 뉴코멘 증기기관을 응용한 것이었다. 토마스 뉴코멘 또한 증기기관의 발명가는 아니었다. 그 또한 프랑스 과학자 데니스 페핑의 연구 성과를 응용한 것이다. 스팀으로 작동하는 피스톤과 실런더 기구를 개발했던 페핑도 아마 이전에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응용했던 것이리라. 그래서 토마스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성공적으로 사용한 진기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에 항상 주목하는 습관을 가져라. 당신의 아이디어는 당신이 직면한 과제에 적용될 때만 독창성을 가지면 된다.”

 

(4) Mmagnify(擴大), minify(縮小), modify(修正)등 여러 가지 의미를 나타낸다. 확대 과정에서 우리는 나는 어떻게 이 대상을 좀 더 크게, 강하게, 확장되게, 자주 쓰이게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축소는 이것과 반대의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사고법의 결과 화면이 큰 텔레비전, 큰 라면, 보통 것의 두 배 길이의 정원용 호스, 매 주(한 달이 아니라)마다 하는 재활용 물자 수집 등을 생각해내게 된다. 미술에서도 이 생각은 응용된다. 가령 아주 큰 크기의 벽화, 의자, 사람 등을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어떤 사물을 크기의 면에서 다르게 보았을 때 그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축소화는 말할 것도 없이 확대화와는 정 반대의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보다 작은 것, 보다 콤팩트한 것, 보다 가벼운 것, 보다 덜 자주 하는 것은 무엇일까하는 것을 찾게 된다. 이러한 축소화의 결과 우리는 10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초소형 텔레비젼 등을 발명하였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수정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것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개조할 수 있을까? 무엇이 수정될 수 있을까? 새롭게 비틀어 볼 수는 없을까? 의미, 색상, 동작, 소리, 향기, 구조,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름을 바꾸면 어떨까? 기획, 프로세스, 마케팅 면에서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

 

(5) Pput to other uses(다른 용도)로 사용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는 나는 이것을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포켓용 손수건의 용도로 쓰던 크리넥스를 화장을 지우는 것으로 그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 예이다. 음식을 담는 백을 양복용 가방으로 바꾸는 것, 플라스틱 상자를 무대 장치의 일부분으로 사용하는 것은 모두 새로운 용도로 전용한 사례이다. 한 보수적인 두뇌집단은 개인소유권 개념을 가지고 그것을 환경문제에 적용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 코끼리를 개인에게 소유시킴으로써 밀렵꾼으로부터 코끼리를 보호한다.

 

(6) Eeliminate(除去)를 의미한다. 여기에서는 모든 부분이 꼭 필요한가? 그것이 이 문제를 푸는 데 꼭 필요한가? 무엇을 빼도 되는가? 제거해도 되는가?”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최근에 나온 식료품 중에는 기름기나 설탕이 제거된 것이 많다. 시 짓기에서는 항상 군더더기 말을 삭제하려 한다. 강화된 세척제에는 첨가물을 없애거나 줄인 것이 많다. 그 문제가 의미가 없다고 판명된다든지 노력에 비하여 효과가 적은 것으로 판명될 때에는 그 문제 자체를 삭제할 수도 있다.

 

(7) Rrearrange 혹은 reverse(재배열 혹은 순서 거꾸로 하기)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는 달리 배열할 수는 없을까?” “부분들을 바꿀 수는 없을까?” “반대로 해보면 어떨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왼손잡이용 칼, 정원용 도구 등은 이 사고법의 결과 얻어진 것들이다. 뒤집어 입을 수 있는 점퍼는 편리할 뿐 아니라 세탁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게 해준다. 케찹이나 마요네스 등을 따를 때 잘 따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케찹이나 마요네스를 거꾸로 놓아두면 쉽게 따르거나 짜낼 수 있다. 이것은 거꾸로 하기 법을 이용한 것이라 하겠다.

 

다음 그림은 1915년 에드가 루빈(Edgar Rubin)이 제시한 이른바 루빈의 잔이다. 당신은 이 그림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가? 처음 본 모습에서 배열(지각)을 달리하면 또 어떤 모습이 보이는가?

 

 

 

창의적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자인 알버트 로덴버그(Albert Rothenberg)박사는 그가 야누스의 사고(janusian thinking)’라고 이름 붙인 프로세스를 착안했다. 로마신화에 문()의 수호신으로 등장하는 야누스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야누스의 사고에서는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반대나 대조되는 사고가 동시에 일어나고, 나란히 존재하거나 동등하게 작용하며, 함께 유효하고, 함께 진실이 된다. 그래서 야누스의 사고란 두 개 이상의 대립적인 개념이나 아이디어, 이미지를 동시에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사고이다. 로덴버그 박사는 아인슈타인, 모차르트, 피카소, 콘래드의 작품에서 야누스의 사고의 흔적을 확인했다. 야누스의 사고를 사용하는 방법은 이것의 반대는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고 동시에 존재하는 반대의 것들을 상상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질적인 요소에서 나온 통합된 이미지가 우수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자극시킬 수 있다.

 

우리가 SCAMPER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하고 싶은 과제나 주제를 분리시킨다. 그리고 과제나 주제의 각 단계에서 SCAMPER 질문을 던지고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지 살펴본다. 예를 들어 종이 클립 제조업자가 제품을 향상시키기를 원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다음과 같이 SCAMPER 질문을 던져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하면 된다.

?클립에서 대체될 부분은 없을까?

?클립을 다른 어떤 것과 조합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을까?

?클립에서 어떤 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클립을 어떤 식으로 확대할 수 있을까?

?클립에 어떤 것을 확대시키거나 추가할 수 있을까?

?클립의 다른 용도는?

?클립에서 제거할 수 있는 부분은?

?클립을 뒤집으면 무엇이 될까?

?클립을 어떤 식으로 재조립하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이런 방식을 통해 클립 제조업자는 금속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했고, 색상을 추가했다. 그래서 클립을 끼운 종이가 색상으로 표시되도록 다양한 색상의 플라스틱 클립을 생산했다. 그리고 클립의 새로운 용도를 창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