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철학적 인간학의 전개
16-9. 철학적 인간학의 전개
이러한 겔렌의 해석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한층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는 긍정적인 성취는 결핍의 부정적인 요소만 가지고는 설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위스의 동물학자 포르트만Adolf Portmann은 생물학과 비교 행동 연구로부터 인간의 특수성이 이미 인간의 생물학적 구성, 인간의 총체적 행동, 인간의 삶의 변화상의 흐름과 관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모든 포유동물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이소성離巢性 동물로, 태어날 때 발달된 감각기관을 가지고 때어나기 때문에 곧 둥지를 떠날 수 있는 동물이다. 다른 하나는 취소성就巢性 동물로, 태어날 때 감각기관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둥지에 머물러야 하는 동물이다. 그런데 인간은 “ ‘둥지를 떠날 수 없는 동물’이면서 ‘둥지를 떠나는 동물’이며, 또한 ‘둥지에 머물러 있는 동물’이면서 ‘둥지를 떠나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잘 발달된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는 동물’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탄생시의 상태는 하나의 특수한 인간적인 ‘변이變異’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참으로 둥지를 떠나는 종류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러나 너무 일찍 자궁으로부터 쫓겨나온 ‘젖 먹는 태아’인 것이다.” 이런 인간이 탄생할 때 갖는 특수성이 인간의 존재양식 전체와 관련된다. 인간 속에는 식물이나 동물 조직을 능가하는 하나의 생활양식이 있다. 그것은 아무리 많은 점에서 고등동물의 생활과 닮았다고 하더라도 전체로서는 하나의 특수한 예외이며, 하나의 특유한 생활양식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이미 생물학적으로 정신적 성취와 문화적 성취, 인격적 관계와 사회적 관계, 따라서 특별하게 인간적인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간의 기본 구조 안에서 인간의 전체상을 만들어 내려는 것은 심리학 특히 심리학적 인격주의의 중요 관심사이이다. 이 심리학적 인격주의의 창설자와 선구자로서는 빌헬름 쉬테른William Stern을 들 수 있다. 필립 레르쉬Philipp Lersch와 아우그스트 페터August Vetter는 인간의 심리학적 전체상을 그리려고 노력하였다. 반면에 에릭 로타커Erich Rothacker와 미카엘 란트만Michael Landmann은 보편적인 정신과학의 영역으로 손을 뻗혔으며, 인간에 대한 물음을 문화인류학과 사회인류학에까지 확대시켰다.
사실 란트만은 지금까지 모든 개별 과학들이 밝혀놓은 인간에 관한 지식들을 종합하여 인간 본질을 구명하고자 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불변하는 완성된 존재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지각과 행동의 특정한 방식만은 세습으로 주어져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이런 고정된 것을 넘어서서 이차원의 세계가 생기는데 그것은 인간 자신의 창조력과 결단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이 어떻게 먹고 살며 어떤 방식으로 살 것인지 하는 것은 그때 그때의 환경과 삶의 조건에 따라 경험과 새로운 발견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은 동물처럼 자연환경에 갇혀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에 의하여 다양한 문화를 형성해 가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은 문화를 형성하면서 자기 자신도 형성해 간다. 이런 자기의 삶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인간의 자기완성의 과정이자, 자기 자신의 창조과정이다. 이것은 개인에게는 물론 종족에게도 해당된다.
독일 중심의 철학적 인간학은 프랑스에도 영향을 주었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에 반론을 펴는 프랑스의 구조주의에서, 특히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는 민속지학의 연구와 사회학의 연구로부터 경험적인 자료에 치중하면서 철학적 인간학을 발전시켰다.
볼노브O. F. Bollnow는 실존철학의 근본 사상을 인간학적 입장에서 조명했다. 그는 인간의 전체적 이해를 위해서는 실존철학의 일면성, 편협성, 한계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실존철학을 극복하는 방향이 생철학이지만, 볼노브의 생철학은 초기의 생철학처럼 비합리적 삶을 일면적으로 강조하지 않는다. 그는 포괄적으로 합리적인 삶, 객관화된 문화적 형상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삶의 아늑함만을 주장하지 않고 삶의 위기성도 고려한다. 이리하여 그의 인간학은 일종의 생철학이요, 거기에 해석학적 방법이 도입되고 있는 한에서 해석학적 인간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해석학자처럼 인간의 일상적 삶의 다양한 국면을 해석하려고 온갖 힘을 기울였다.
■더 읽을거리
▪이규호, ?사람됨의 뜻?, 제일출판사, 1974.
▪진교훈, ?철학적 인간학 연구?(I), 경문사, 1982.
▪―――, ?철학적 인간학 연구?(II), 경문사, 1994.
▪허재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문출판사, 1986.
▪Adolf Portmann, 오영근 역, ?생물학적 인간 이해?, 연대출판부, 1982.
▪Battista Mondin, 허재윤 역, ?인간 : 철학적 인간학 입문?, 서광사, 1996.
▪Ernst Cassirer, 최명관 역, ?인간이란 무엇인가?, 전망사, 1986.
▪F. Bollow, 백승균 역, ?삶의 철학?, 경문사, 1980.
▪F. Bollow 외, 이을상 역, ?현대의 철학적 인간학?, 문원, 1994.
▪Emerich Coreth, 진교훈 역, ?철학적 인간학?, 종로서적, 1986.
▪Gerd Haeffner, 김의수 역, ?철학적 인간학?, 서광사, 1996.
▪Howard P. Kains, 정연교 역, ?철학적 인간학?, 철학과 현실사, 1996.
▪맨프레드 프링스, 금교영 역, ?막스 셸러 철학의 이해?, 이문출판사, 1995.
▪M. Scheller, 최재희 역, ?우주에서의 인간의 지위?, 대한교육연합회, 1973.
▪―――――, 신상호 역, ?철학적 인간학?, 정음사, 1975
▪Michael Landmann, 진교훈 역, ?철학적 인간학?, 경문사, 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