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론

16-7. 창조적 자유를 지닌 새로운 인간

이효범 2022. 4. 4. 07:44

16-7. 창조적 자유를 지닌 새로운 인간

 

셸러에게 정신과 생명의 대립은 근원적 긴장 관계 속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 하더라도, 이 두 원리는 인간 속에서 서로 의존하고 있다. 셸러는 정신과 충동, 이념과 감정 사이의 최대의 긴장을 내포하며, 동시에 양자의 질서 있고 조화로운 존재 형태로서의 전인을 말하고 있다.

셸러에 따르면 인간은 사물이 아니며, 우주 자체의 방향이며 더욱이 우주 근거의 방향이다. 인간은 소우주이며 정신이 실현되어 있는 생명 존재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본질적으로 무한한 운동의 여지를 가지고 있으며, 하나의 고정된 실례로 인간을 고정화시켜 정의할 수 없다. 즉 인간은 그 자신 속에 무제한의 발전을 간직한 채 형성되어 가는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하나의 정지된 존재가 아니며 영원한 가능적 존재이다. 셸러는 이러한 인간의 자유로운 자기 형성과 가소성을 지닌 존재로서 전인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그의 존재 방식 즉 그가 무엇이며, 무엇이 될 것인지가 그의 자유로운 결정에 맡겨져 있는 존재이다. 이러한 자유롭고 창조적 자유를 지닌 새로운 인간상을 셸러는 전인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런 미래의 인간상인 완전한 전인은 실현 불가능하다. 절대적 의미의 전인은 신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시대에는 각기 그 시대에 실현 가능한 상대적인 전인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셸러는 상대적인 전인을 다가오는 시대의 과제 이념으로 삼는다.

그는 다가오는 시대의 모든 경영을 조화(Ausgleich)라는 포괄적인 이름으로 표현한다. 미래 시대는 심리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인간의 모든 특수한 자연 성격의 조화, 국민적 차이와 인종 긴장의 조화, 커다란 문화권 그중에서도 아시아와 유럽과의 정신 상태, 자아관, 세계관, 신관神觀의 조화, 인간 사회의 지배 속에 있는 남녀의 정신적 특수성의 조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조화, 상층 계급과 하층 계급과의 계급 이론, 계급 상태, 계급 권리의 조화, 전문 과학과 인간 문화와의 조화, 육체노동과 정신노동과의 조화, 그리고 인간 유형의 일면적 이념들의 조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셸러는 전인성全人性을 지향하며 조화롭게 융합된 전인을 새로운 종합적 인간 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조화는 단순한 타협이나 종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정신과 생명으로 구성되어, 정신이 힘을 얻기 위해 생명을 이념화하고 또는 정신을 생명화하듯이, 조화는 구성물들의 단순한 합성이 아니라 일종의 변증법적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 셸러는 이 조화를 지도하고 조종하는 것이 정신의 과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모든 정치의 과제라고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