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100편의 시
이효범
2022. 4. 3. 07:10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00, 100편의 시)
o 100편의 시
구녕 이효범
몸에 힘을 빼니
공이 맞았다.
골프가 그러하고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찬란한 이유이다.
퇴직한 지 3년 만에 100편의 시를 썼다.
난파한 배처럼 갈팡질팡 썼다.
돌아보니 쌀밥에 돌덩어리 같다.
후하게 쳐도 건질 시가 하나 없다.
첫 눈 오기 전에 힘이 빠질까?
고개 숙여 내 님을 기다린다.
후기:
3년 동안 100편의 시를 쓰고 나는 두려워합니다. 이 시들이 동어반복(tautology)은 아닐까? 아니기를 간절히 빌어 봅니다.
더하기를 배운 아이가 양적으로는 더하기를 무한히 반복해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5+7=12라고 하는 것이나, 5712+2175=7887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풀 수 있는 실력으로 향상하고, 대수학이나 미적분학 등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수학의 실력은 형편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를 多作하는 일이 능사는 아닙니다. 독자의 심금을 울리거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새로 열어 젖혀 그런 감추어진 보물을 보게 하는 시를 쓰지 못했다면, 진정한 시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