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99, 노인과 옷과 오류)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99, 노인과 옷과 오류)
o 노인과 옷과 오류
구녕 이효범
노인들은 옷이 크다.
본말전도의 오류이다.
새 옷 사기가 아깝다.
성급한 귀납의 오류이다.
새 옷을 입어도 미인이 따라오지 않는다,
새 옷을 입지 않아도 미인이 따라오지 않는다.
어쨌든 옷을 살 필요가 없다.
생식이 끝났다고 옷도 못 입나.
새 옷을 입으면 개가 짓지 않는다.
새 옷을 입지 않으면 개가 짓는다.
노인들이여, 철마다 유행하는 옷을 입어라.
성 안으로 귀 막고 돌진하라.
후기:
노인이 되니 옷을 살 이유가 없습니다. 직장을 퇴직하고 활동 영역이 좁아지니, 매일 입는 옷만 입게 되어, 지금 있는 옷도 처지 곤란합니다. 넥타이 같은 것은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만 매고 가니 그 많은 것들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요즈음은 아예 그런 예식에도 매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뻔뻔해지고 있습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밖에 나가보면 대체로 노인들은 외모로부터 늙은 모습이 드러납니다. 멀리서 보면 우선 옷이 커 보입니다. 유행도 변하겠지만, 옛날에 맞은 옷들이 오래되어 늘어나고 몸이 줄다보니 커지게 됩니다. 이런 옷들을 과감히 처분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앞으로 살날도 얼마 남지 않고, 중요하게 옷을 차려입을 기회도 별로 없는데, 비싼 돈을 들여 새 옷을 산다는 것은 정말로 바보짓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생각을 바꿔먹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환경 위기를 고려해서 그런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새롭게 유행하는 옷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노화를 더디게 하고 또 이웃을 즐겁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우리가 몇 살까지 살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재수 없으면 120살까지 살게 됩니다. 그러면 혹시 한 번 더 참으로 아름다운 이성과 노을 지는 멋진 해변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인생을 논할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날개 같은 옷들을 꾸준히 입어 젊은 감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