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2. 성의 차이
12-4-2. 성의 차이
잉태는 암컷(여성)의 체내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암컷은 언제나 자신의 모성에 확신을 가질 수 있지만, 수컷(남성)은 자신이 진정 자기 배우자가 낳은 자손의 아비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13-20%, 독일의 경우 9-17%, 멕시코의 경우 10-14%가 유전적 아버지가 아닌 법적 아버지 아래서 자란다는 통계가 있다. 이것은 이들 나라만의 예가 아니라 범인류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러면 수컷은 다른 수컷의 자식에 재정적,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꼴이 되어, 정작 자기 자원을 소진한 채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결과에 이른다. 그래서 남자는 질투심이 강할 수밖에 없다. 남자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성적으로 부정을 저질렀을 때 질투를 느낀다. 이것은 자손 번식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반면에 여자는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감정적인 관계를 가졌을 때 질투를 느낀다. 다른 여자와 감정적인 관계를 이어가면 자기 아이에게 오던 남편의 자원이 연적의 아이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 때문이다.
이 점을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형접합(여성의 난자는 남성의 정자보다 85,000배 더 크고 개수는 적다)과 여성의 체내 잉태 (internal gestation)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적은 후손을 보게 된다. 여성은 평생 400개 정도의 난자를 생산한다. 이 중 20개만이 건강한 아기로 태어날 수 있다. 반면에 남자는 한 번 사정할 때마다 약 1억 마리의 정자를 방출한다. 그 결과 남자의 적응도(fitness, 자연선택에 대한 개체의 유리함을 나타내는 척도, 다음 세대에 남기는 자손의 수로 측정됨) 변량이 여자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다. 역사적으로 여자의 경우 19세기 러시아 소작농의 아내 피오도르 바실리예프가 69명의 아이를 낳았다는 기록이 있다. 반면에 남자의 경우 모로코의 마지막 셰리프인 물레이 이스마일은 적어도 700명의 아들과 342명의 딸을 두었다. 그것도 세다가 그만 둔 것이 그 정도이다. 이런 차이가 남자와 여자의 성의 차이로 귀결된다.
남자 간에 적응도 변량이 크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고 경쟁심이 강하고 난폭하다. 남자는 배우자를 얻으려고 서로 경쟁한 결과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여자는 이점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는 최고의 유전자를 가진 남자를 식별해낼 수 있을 때까지는 수줍어하고 주저할수록 더 유리하다. 그리고 여자들은 임신 후에 자신들과 함께 머물 가능성이 높은 남자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1980년대에 전 세계에 걸쳐 37개 문화권에 사는 1만 명에게 이상적인 배우자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문 조사가 있었다. 문화와 언어, 종교, 인종, 지리적 환경에 관계없이, 남자는 세상 어느 곳에 사는 남자건 똑같은 것을 여자에게 바라고, 여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으로 볼 때 이상적인 배우자를 향한 선호도와 갈망은 진화의 힘에 의해 강력하게 형성된 것임을 입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가능한 한 많이 그리고 멀리 번식해나가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그들의 염색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점이다. 놀라운 점은 번식 이외에도 정치, 종교, 경제 부문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대다수도 궁극적으로는 성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왜 여자는 금발미녀처럼 보이고 싶어 할까? 그것은 남자들이 그렇게 생긴 여자를 짝으로 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금발미녀가 번식가치와 출산능력이 높으며, 평균적으로 실제 자손을 남기는 데 성공하는 경우도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여기서 금발미녀라 함은 (1)젊음(남자가 나이 든 여자보다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젊은 여자가 번식가치(reproductive value)와 수정 능력이 높기 때문이다), (2)긴 머리카락(인간의 태아는 여성의 몸속에서 9개월 동안 성장하고, 또 아이가 태어나면 어머니가 몇 년 간 돌보기 때문에 여자의 건강은 아이의 웰빙에 결정적이다. 인류초기에 건강의 척도는 신체적 매력이고, 머리카락이다. 건강한 사람은 머리카락에 윤기가 흐르고 빛난다. 머리카락은 1년에 15센티미터 자란다. 여자의 머리카락이 어깨정도라면 지난 4년간의 건강 상태를 보여준다), 가는 허리(여성의 이상적인 신체 지수는 36-24-36이다. 남자는 엉덩이 비율(WHR, waist-to-hip ratio: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것)이 낮은 모습이 선호된다. 남자는 WHR이 0.7인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0.9인 남자를 좋아한다. 낮은 여자는 더욱 건강하고, 출산능력도 뛰어나다. 여자가 출산능력이 있는 배란기에는 WHR 이 가장 낮아진다), (3)풍만한 가슴(여자의 가슴 사이즈는 수유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풍만하고 무거운 가슴은 작은 가슴에 비해 나이가 들면서 보다 눈에 띄게 처진다. 남자는 여자가 작은 가슴보다는 풍만한 가슴을 가졌을 때 여자의 나이 그리고 그녀의 번식 가치를 눈으로 판별하기가 쉽다. 여자의 가슴이 풍만한 경우라면 남자는 여자의 나이를 보다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고, 젊은 여자하고만 짝짓기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가슴이 풍만하고 허리가 가는 여자는 생식력이 월등하게 뛰어나다. 이러한 결과의 척도는 17-B-에스트라디올과 프로게스테론이라는 두 가지 생식 호르몬의 수치였다), (4)금발(금발과 풍만한 가슴은 여자의 나이와 번식 가치를 짚어주는 척도이다. 밝은 금발인 어린 소녀가 자라서 성인이 되면 갈색으로 바뀐다. 만일 남자가 자기 짝으로 금발 여자를 선호한다면 무의식중에 번식 가치와 출산 능력이 더 크고 더 어린, 따라서 더 건강하고 생식력이 강한 여자를 고르려고 하는 셈이다. 또 금발은 높은 에스트로겐 수준의 표시이며, 높은 출산성의 표시이다. 금발 여자가 첫아이를 낳으면 에스트로겐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금발이 검게 된다. 출산을 거듭할수록 에스트로겐 수준이 저하되기 때문에 30세를 넘긴 여자 중에는 천연 금발이 드물다), (5)푸른 눈동자(푸른 눈동자는 여자와 남자 모두의 매력을 증가시켜준다.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보게 되면 동공이 확장된다. 인간의 동공은 모두 어두운 갈색이다. 푸른색은 인간 홍채의 색깔 중 가장 밝은 색이다. 동공의 크기는 눈동자가 푸른색일 때 가장 잘 알아볼 수 있다. 눈동자가 푸른색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 눈동자가 다른 색깔의 경우보다 쉽다)로 상징되는 여자를 의미한다.
금발미녀는 또 다른 식으로 말한다면 매력적인 신체를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매력적인 신체의 특징은 대칭성, 평균성, 성적 이형성이다. 대칭성의 정도는 변동 비대칭(Fluctuating Asymmetry, FA- 외부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나 유전적 이상에 의해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무작위적인 비대칭)을 기준으로 한다. 우리의 유전적 설계도는 좌우대칭으로 신체가 발달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환경적 스트레스로 인해 좌우가 다소 비대칭으로 발달하게 된다. 유전적 자질이 우수하면 이러한 환경적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대칭적으로 발달한다. 세로축을 기준으로 얼굴의 반을 놓고 볼 때 좌우대칭이 얼마나 완벽한지를 보면 그 사람의 전체적 유전적 자질이 얼마나 우수한지 알 수 있다. FA가 큰 사람은 FA가 작은 사람에 비해 유전적 자질이 낮다. 잘 생기거나 예쁜 사람이 더 건강하고 이성에게 인기도 많고 자식들도 많이 낳을 수 있다.
평균성은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컴퓨터로 합성했을 때, 각각의 얼굴들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더 많은 얼굴을 합성할수록 그 얼굴은 평균에 가까워지고 결국 이전보다 더 매력적인 얼굴이 된다. 평균을 선호하는 경향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되었다. 왜냐하면 개체군의 중심 경향은 자연 선택에 의해 다듬어진 최적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로 안젤리나 졸리, 질리언 앤더슨처럼 평균적인 미인이 아니어도 타고난 매력적인 마스크로 인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
성을 구별할 수 있는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가 성적 이형성이다. 1,2차 성징 이후에 발달하게 된다. 이형성이 뚜렷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아름답고 멋있게 느껴진다. 성호르몬은 면역계 같은 신체의 다른 주요기능에 들어갈 자원까지 끌어다 쓰는 ‘비싼’ 호르몬이기 때문에 성적으로 이형적인 신체를 지닌 사람은 그 만큼 비싼 호르몬을 감당할 수 있는 우수한 유전적 자질을 지니고 있다.
대체로 여성은 어깨가 넓거나 키가 큰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남성은 잘룩한 허리에 엉덩이와 골반이 넓은 여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테스토스테론(남성들과의 경쟁에서 압도하는 능력, 지배력)은 광대 뼈, 턱, 큰 코와 같은 남성적인 특징에 관여한다. 에스트로겐(다산성, 수정 능력)은 작은 코와 턱, 큰 눈, 광대 부위의 애교살 등 여성적인 얼굴 특징에 관여한다. SHR(Shoulder to Hip Ratio)은 남성의 어깨 대 엉덩이까지의 비율이다. 테스토스테론이 어깨와 상체에 근육을 만들어 준다. SHR이 높은 남성이 더 건강하고 이성에게 더 선호된다. WHR(Waist to Hip Ratio)은 여성의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이다. 에스트로겐은 엉덩이와 하체에 지방을 축척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WHR이 낮은 여성이 이성에게 더 선호되고 더 건강하며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
아기가 가지고 있는 큰 머리, 작은 신체, 정면을 향하는 큰 눈, 둥글고 통통한 몸매 그리고 서툰 움직임 등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정서 즉 귀여움을 촉발하게 만든다. 콘라드 로렌츠는 이것을 ‘아기 스키마(Baby Schema)'라고 설명했다. 귀여움을 주는 즐거움은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쾌감을 느꼈을 때, 혹은 마약을 했을 때 느끼는 것과 동일한 감정을 유발한다.
이런 남녀의 성의 차이가 남녀의 다른 성적 신호체계를 만들어낸다. 남자는 성적인 뉘앙스가 없는 상황에서도 성적인 관심이 있다고 추론하는 경향이 여자에 비해 크다. 이런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마타 하셀톤과 데이비드 버스((Martie G. Haselton와 David M. Buss)는 오류관리이론( Error Management Theory)을 제안했다. 이 이론에 의하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의사결정은 잘못된 추론을 낳으며, 그 중 몇몇 오류는 그 결과에서 다른 오류에 비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자연선택과 자웅선택은 오류의 총 횟수보다는 오류로 인한 대가의 총량을 최소화하는 추론 체계가 진화하는 것을 촉진해 왔다. 여자가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 데 있다고 착각하는 긍정 오류를 저지른 결과, 남자는 거부를 당하거나 비웃음을 살 수 있고 어쩌면 뺨을 한 대 얻어맞을 수도 있다. 그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여자가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데도 없다고 생각하는 부정 오류의 결과는 성관계를 가져서 남자의 번식 성공도(reproductive success, 한 개체가 평생 동안 낳는 자식 수)를 높일 기회를 잃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치르는 대가는 전자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남자는 여자가 남자를 향해 보이는 성적관심을 과대평가하도록 끊임없이 유도하는 인지적 편향성을 갖도록 선택되었다.
반면에 여자는 자신을 향한 남자의 애정 어린 헌신을 과소평가해야 한다. 왜냐하면 긍정 오류를 저지른 대가(남자가 자기에게 열의가 없는데도 확고한 연인 사이라고 착각한 상태로 그의 아이를 가진 뒤 그에게 버림받는 것)가 부정오류를 저지른 대가(남자가 자기에게 열정적으로 푹 빠져 있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나머지 확고한 연인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남자 학부생 중 처음 보는 매력적인 여성이 접근해오면 성관계를 갖겠다고 한 비율은 75%이고, 여자 학부생은 0%이다. 남자가 평생 동안 원하는 섹스파트너는 평균 20명이고, 여자는 5명 미만이다. 남자는 누군가와 알고 지낸지 일주일이 지나면 성관계를 갖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반면, 여자는 6개월이 지나야 한다. 데이비드 버스와 데이비드 슈미트(David Schmidt)는 바람직한 이성을 처음 만난 이래 그 사람과의 성관계에 합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성차를 조사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이상형을 만난 지 5년이 흘렀다면 아마도 성관계까지 진도가 나갔으리라 답했지만, 2년, 1년, 6개월 등 그보다 짧은 기간이 흘렀을 때 성관계에 합의할 가능성은 언제나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았다.
여성의 번식 성공도는 자식을 얼마나 잘 키워 내느냐에 많이 의존하므로 여성은 아이를 돌보거나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를 꾸려 나가는 일에 남성보다 더 능하다. 실제로 여성은 타인의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부터 그 사람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 더 잘 읽어낸다. 발달심리학자 사이먼 배런 코헨(Simon Baron-Cohen)과 그 동료들은 태어난 지 단 하루 된 아기들에게 여자 얼굴 사진과 움직이는 모빌을 동시에 보여 준 다음 어느 쪽을 더 오래 쳐다보는지 측정했다. 여자 아기들은 얼굴 사진을 더 오래 쳐다보았지만 남자 아기들은 모빌을 더 오래 쳐다보았다.
이런 남녀의 성차가 결혼제도에도 반영된다. 현재 전 인류의 83.39%가 일부다처제를 실시하고, 16.14%는 일부일처제, 0.47%는 일처다부제를 실시한다. 일처다부제는 대체로 형제 일처다부제를 의미하고, 일부다처제의 여러 유형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은 자매 일부다처제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인간 여성은 진화의 역사를 통틀어 성적인 면에서 난잡하다. 다른 동물과 비교해 볼 때 암컷의 성생활이 난잡할수록 수컷의 몸무게에서 고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침팬지는 성생활이 난잡하다. 침팬지의 고환의 크기는 몸무게의 0.3%이고, 정자의 수는 60 x 107 개(1회 사정시)이다. 암컷 고릴라는 나이 든 우두머리 수컷 고릴라 한 마리가 지배하는 일종의 하렘 안에서 지낸다. 고릴라의 경우는 0.02%이고, 5x 107 개다. 이에 반해 인간은 중간이다. 인간의 경우는 0.04 ~ 0.08%이고, 25 x 107 개다. 그래서 인간의 성적 난잡함도 그 중간에 속한다.
그 난잡함 때문에 인간의 음경이 ‘정액교체 기구’로 되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즉 인간 성기 귀두의 독특한 모양새와 성교할 때 거칠게 밀어 넣는 동작의 되풀이가 결합한 결과는 다른 남자의 정액을 여자의 자궁경관으로부터 다시 끌어내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우리 조상도 수렵채취 시대에는 일부다처제를 실시했다. 각 종의 구성원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일부일처제를 따르는지는 성이형성性二形性( sexual dimorphism, 특정 종의 수컷이 암컷보다 체격이 큰 정도) 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부다처제를 이루려는 성향이 강할수록 암수간의 크기 불균형은 더 커진다. 긴팔원숭이는 크기에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고릴라 수컷은 암컷에 비해 키는 1.3배, 몸무게는 2배이다 고릴라는 극단적으로 일부다처제를 이루려고 한다. 인간은 키가 1.1배, 몸무게가 1.2배이다. “인간 남녀의 몸짓 차이를 다른 포유동물을 연구하여 얻은 곡선에 대입해 보면, 성공한 남성 한 명과 짝을 짓는 여성의 수는 평균적으로 1보다 크고 3보다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화심리학은 동성애의 문제에도 나름대로 해답을 제시한다. 다른 고등한 포유동물 중 인간의 정열적인 성적 활동을 능가하는 것은 사자뿐이다. 대부분의 영장류 중 암컷들은 오직 배란기에만 공격성을 띨 정도로 성적으로 활발해진다. 그러나 여성은 발정기가 없다. 진화 과정에서 여성은 발정기를 월경 주기 전체에 균등하게 분산시킨다. 이렇게 성적 감응이 연속성을 띠게 된 이유는 결속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성적 활동은 일차적으로는 결합장치이고 부차적으로는 생식수단이다.
알프레드 킨제이(Alfred Kinsey)은 미국 여성의 2%, 남성의 4% 정도가 완전한 동성애자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남성의 13%는 최소한 일생 동안 3년은 동성애에 빠진다고 보고한다. 이런 동성애는 생물학적 의미에서 정상일 뿐 아니라, 초기 인류 사회 조직의 중요한 요소로서 진화해왔다. 이것은 일종의 독특한 자선행위이다. 그런데 동성애자는 아이가 없는데 동성애 성향을 유도하는 유전자는 어떻게 집단 전체에 퍼질 수 있었을까? 동성애자들이 존재함으로써 그들의 가까운 친족들이 더 많은 아이들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동성애자들은 부모의 의무라는 특수한 의무에서 해방됨으로써 가까운 친족들을 보조하는 데 영향력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나아가 선지자, 무당, 예술가, 부족의 지식 보유자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되었다. 동성애자가 아이를 갖지 못한다고 해도 방계를 통해 동성애 유전자들이 증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것이 친족 선택 가설(kin-selection hypothesis)이다.
인간 태아의 신체와 두뇌의 원판은 구조상 여성이다. 수태 후 6~8주가 지나면 남자 태아(XY)는 안드로겐이라는 다량의 남성 호르몬을 공급받는다. 안드로겐의 첫 번째 단위가 고환을 형성하는 데 투입되고 그 나머지 단위가 여성적 두뇌를 남성적 두뇌로 바꾸는 데 투입된다. 만약 남자 태아가 적절한 시점에 충분한 남성 호르몬을 공급받지 못하면 다음 두 가지 사항 중 하나가 발생한다. 첫째, 두뇌구조가 여성적인 남자 아이가 태어난다. 바꾸어 말하면 이 아이는 사춘기 무렵에 게이가 될 가능성이 많다. 둘째, 이 유전적 남자 아이는 완전 여성적 두뇌와 일련의 남성 생식기를 갖춘 채 태어난다. 이런 사람은 나중에 양성이 된다. 이 사람은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에 속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유전적 남자아이는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둘 다 가지고 태어난다. 유전적 남자 아이는 태어날 당시엔 여자처럼 보여서 여자로 키워진다. 그러다가 사춘기에 도달하여 남성 호르몬이 체내에 왕성하게 분비되면서 느닷없이 페니스와 고환이 나타나게 된다. 레즈비언이라는 말은 B.C 612년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에서 유래하였다. 레즈비언 1명당 게이는 8~10명 꼴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동성애적 성향은 자궁 속에서 발달하고 동성애적 패턴은 다섯 살 무렵에 고착되어서 당사자의 통제권 밖으로 나가버린다. 지난 수백 년 동안 가슴 절단, 거세, 약물 치료, 자궁 적출, 전두엽 절제, 정신치료, 전기충격 치료, 기도회, 영적 카운슬링, 엑소시즘 등 동성애적 성향을 제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억압조치들이 실시되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어느 것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것은 동성애가 자궁 속에서 만들어지며, 양육 환경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