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론

11-3. 존재의 4분의

이효범 2022. 2. 2. 08:18

11-3. 존재의 4분의

 

윌버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위계를 언급해 온 수백 개의 자료를 분석한 뒤, 그들 모두가 예외 없이 네 가지 유형 중 하나에 잘 들어맞는다는 점을 발견해냈다. 이들 네 가지 위계 유형을 윌버는 진정한 의미에서 온 우주(kosmos)의 네 얼굴 즉 존재의 4분의(四分儀, 四象限, 四分面, four quadrants of being)’라고 부른다. 이들 네 가지 서로 다른 위계유형은, 개체(individual)와 집합체(collective)의 내면(interior)과 외면(exterior)이라는 4가지 영역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기본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위의 2분의는 단수·개체의 영역이고, 아래 2분의는 복수·집합의 영역이다. 왼쪽의 2분의는 내면적·주관적 영역인 반면 오른쪽의 2분의는 외면적·객관적 영역이다. 그래서 좌-4분의는 개체의 내면(, 자기와 의식 측면), -4분의는 개체의 외면(그것, 두뇌와 유기체 측면), -4분의는 집합의 내면(우리, 문화와 세계관 측면), -4분의는 집합의 외면(그것들, 사회체제와 환경 측면)을 나타낸다. 이들 4측면은 서로 엮여 있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원인이 된다. 이들 측면은 어느 것도 제거되거나 다른 것으로 환원될 수 없다.

윌버에 따르면 모든 홀론(현상)은 내면과 외면, 개체와 집합의 4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윌버의 예에 따라 내가 식품점에 간다는 생각을 한다고 하자. 우선 내가 이 생각을 할 때 나는 내면적인 어떤 관념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4분의). 또 뇌에서는 호르몬이라든가 신경 전달 물질, 뇌파 등에서 경험적으로 관찰 가능한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4분의). 그리고 식품점에 간다는 생각은 일정한 언어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일정한 문화적 배경 안에서만 일어난다. 이를테면 원시 부족 사회에서라면 곰 사냥을 간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4분의). 나아가서 문화 역시 물질적 상관물을 갖고 있다. 즉 기술, 생산력, 사회 제도, 법률, 지정학적 위치 등 관찰 가능한 차원의 뒷받침을 받는다(-4분의). 얼핏 보기에 식품점에 간다는 단순히 개인의 생각인 듯싶지만 사실은 최소한 4측면을 지닌 현상(홀론)인 것이다.

윌버는 온 우주를 4분위로 분류한 뒤 다시 이 분위를 단순화하는 방법으로 3대 가치(Big Three)를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막스 베버와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를 따라 근대성의 핵심을 문화적 가치권의 분화로 보고, 그것을 예술(), 도덕(), 과학()3대 영역으로 나눈 것을 의미한다. 윌버는 이 3대 권역을 나(I), 우리(we), 그것(it)의 영역이라고도 부른다. “예술은 미적·표현적 영역, 주관적 영역을 가리키며 일인칭 언어 또는 언어로 묘사된다. 도덕은 윤리적·규범적 영역, 상호주관적 영역을 가리키며 2인칭 언어 또는 우리언어로 묘사된다. 그리고 과학은 외적·경험적 영역, 객관적 영역을 가리키며 3인칭 언어 또는 그것언어로 묘사된다.(이것은 사실상 개별적 그것과 집합적 그것의 두 영역으로 나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