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95. 전화)

이효범 2022. 1. 29. 10:06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95. 전화)

 

o 전화

 

구녕 이효범

 

, 그래요.

반가워요.

바위처럼 잘 있습니다.

매일 쓰고, 걷고, 음악을 들어요.

어제는 이만 보를 걸었답니다.

수문을 연 세종보에 앉아

떨어지는 해를 오래 바라보았어요.

물가에서 나처럼 혼자 놀던 늙은 붕어가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 느리게 다가왔어요.

왜가리가 날고 있는지 자꾸 하늘을 올려보았답니다.

산에 난 불이 다른 불로 퍼져나가듯이

생명은 다른 생명을 먹고 살지요.

지금껏 숨 막히도록 약한 생명들을 마구 먹었어요.

물만 먹고 살 수는 없을까요.

언젠가 나도 다른 생명의 먹이가 될 거예요.

코로나가 끝나면 봐요.

혹여 보지 못해도 섭섭해 하지 말아요.

늘 아름답던 모습을 간직하겠습니다.

안부 전해주세요.

 

후기:

요즈음은 죽으면 주로 火葬을 한다. 살아있는 자가 우선이니 국토가 좁은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나의 에너지 덩어리를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여 가루로 만드는 것은 자연에 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네팔의 티베트인들이 하는 鳥葬이나 시체를 지상에 노출시켜 벌레들이 먹게 하는 風葬이 더욱 자연적이지 않을까. 그러나 유럽인들이 들어오기 전 드넓은 자연 속에서 살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이라면 몰라도, 이제 인구가 넘쳐나는 지구에서는 그런 장례는 불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