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행동공학
9-4. 행동공학
스키너에 따르면 인간 행동의 모든 형태들은 인과 법칙들의 개념으로 분석 가능하다. 프로이트 말처럼 인간 행동은 우연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법칙적인 것이다. 즉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은 프로이트처럼 심리적인 것이 아니고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환경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 유기체는 환경의 적절한 조작에 의해서 무한정으로 변경 가능하다. 애초에 인간에게 기본적인 구조라든가, 창조성, 목적 등이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시인이 시를 짓는 일은 여자가 아이를 갖거나, 닭이 계란을 낳는 일보다 더 창조적인 것이 아니다. 사람은 결정론적인 법칙에 따라 외적 자극에 자동적으로 반응함에 따라 주형된다. 그러므로 원하는 인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환경이 그에게 주어지면 된다.
스키너는 현재 인간의 모습이 현재의 환경 때문이라면, 바람직한 인간의 삶을 갖기 위해서는 거기에 알맞은 인간적 환경으로 사회적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과학적 심리학이 인간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하기 위한, 그리고 이로부터 인간 사회를 좋게 혹은 나쁘게 변화시키기 위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도 사람들은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잘못된 환경의 탓으로 돌리면서도, 다른 한편 그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불행한 세계의 조건은 이러한 정신적 과도기적 동요 때문에 개선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다고 스키너는 진단한다. 만일 우리가 일관된 관점을 채택하여 모든 책임을 환경에 돌린다면, 그리하여 행동공학行動工學(technology of behavior)을 이용하여 환경 조건을 변모시킨다면 모든 인간 문제들은 해결될 것이다. 인간 행동을 환경 조건에 의해 대폭적으로 바꿔 놓아야만 진정으로 인구 문제, 핵 문제, 식량 문제, 주택 문제, 오염 문제, 교육 체제의 붕괴, 청소년의 반항 등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고 비로소 인간적인 삶이 가능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이 그들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자라는 환상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 행동을 교정하는 데 있어서 형벌 수단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 만일 우리가 개인적인 자유와 존엄성에 대한 환상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총괄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모든 사람의 행동을 조건화시킴으로써 한층 더 행복한 생활을 창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나쁜 행동의 책임을 개별적인 주체主體에 돌리지 않는다면 형벌이라는 수단은 있을 필요가 없게 된다.
지금까지 인류는 형벌로 행동을 통제해 왔지만, 그것이 결국 비효과적이어서 현재의 불행한 세계 조건을 만들었다고 스키너는 비난한다. 벌 대신에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의 규범에 따르는 것을 원하도록 만듦으로써 합법적으로 행동하게 유도할 수 있다. 이것을 세뇌 교육이나 감추어진 조작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룰 필요는 없다. 교육과 적극적인 유도 행위의 결합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스키너의 신념이다.
그러나 개인의 행동을 그의 자율성自律性에 두지 않고 사회적이고,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통제에 맡길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
스키너는 인간 행동이 어쩔 수 없이 환경 조건 속에서 통제되기 때문에 인간은 어떠한 통제에서도 도피할 수 없다고 답변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통제와 통제의 결여 사이에서가 아니라, 과학적 통제와 임의로운 통제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과학과 기술만이 세계가 당면한 위협적인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스키너의 믿음이기 때문에 과학적 선택이 임의로운 선택보다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