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4. 먹이
7-8-4. 먹이 : 인간이 먹이를 먹는 행동은 언뜻 보기에는 무척 다양하고 기회주의적이며 문화적으로 민감한 활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수많은 생물학적 기본 원칙이 작용하고 있다. 인간이 먹이를 찾는 일은 훨씬 정교해졌으며,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이 되었다. 사냥감을 잡아죽이려는 충동은 먹으려는 충동에서 부분적으로 독립해야만 했다. 먹이를 얻으면 정해진 기지로 가져와서 먹었다. 털 없는 원숭이는 이제 더 많은 식량을 준비해야 했다. 한 번에 먹는 먹이의 양은 더 많아졌지만, 다음 식사 때까지의 간격은 더 길어졌다. 식사에서 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털 없는 원숭이는 음식을 저장하고 분배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영장류는 육식 동물보다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육식 동물은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전문가가 되었지만, 영장류는 상황에 따라 적당한 음식을 골라 먹는 기회주의자가 되었다. 인간이 육식 동물이 되었을 때 두 세계의 장점을 골고루 취했다. 우리는 영영가가 높은 고기를 먹이에 추가했지만 영장류 시절의 잡식성雜食性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우리 주변의 동물 세계와 식물 세계를 강력하게 지배하면서 여전히 양손에 떡을 쥐고 있다. 오로지 고기에만 의존하면 양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생길 것이고, 오로지 농작물에만 의존하면 질적인 면에서 영양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장 건강하고 가장 진보한 사회에서는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의 균형이 잘 유지되고 있다. 또한 영양을 얻는 방법이 극적으로 변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계속 발전하고 있는 털 없는 원숭이는 먼 옛날 짐승을 사냥하여 먹고 살았던 조상들과 기본적으로 거의 똑같은 식사를 하고 있다. 실제적인 변화가 아니라 표면상의 변화만 일어났을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징적인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제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모습보다, 인간 안에서 보이는 여러 행태의 차이점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은 짝을 맺는 행태, 좋아하는 음식, 언어, 선택한 진로, 미의식美意識이나 초자연에 관한 관념, 사용하는 도구 등 여러 모습에서 종족이나 문화권마다 차이점을 보인다. 그러나 이것들은 근본적으로 문화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이 말하는 언어는 생물학적 부모의 언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만약에 어떤 인간이 다른 언어를 말하는 가족 속에서 자랐다고 한다면, 틀림없이 그는 그 ‘양육어(fosterlanguage)'를 습득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쓰는 도구, 좋아하는 음식, 선택한 진로, 미의식이나 초자연에 대한 관념 등 모든 것이 일차적으로는 그 인간이 성장한 집단의 문화 여하에 의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변화하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은 모두 어떤 언어, 어떤 기술, 어떤 사회 규칙을 배우는 생물학적 능력을 지닌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어떤 언어, 어떤 기술을 배우는가는 그 사람이 어느 때, 어디에서 태어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그 사람의 인종적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집단 사이의 여러 차이는 그 조상들의 역사적 경험의 차이에 의하여 설명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그들이 어디에 살고 있었는가, 무엇을 먹고 있었는가, 어떤 병에 시달리고 있었는가 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자연적 조건이나 문화적 조건에 대하여 인간이 발생적으로 어떻게 적응하는가를 연구하는 데에는 생물학상의 여러 원리와 방법을 명확히 터득할 필요가 있다.
많은 세대를 거듭한 결과 각 인간 집단은 각각 특정의 환경에 적응하게 됨으로써 ‘적응력 일반’이라든가, ‘인종적 우위성’이라든가 하는 것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어떤 인종 집단이 다른 모든 인종 집단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인종주의人種主義 교리는 인류학의 어느 분야에서도 과학적 지지를 받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