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3-1-4. 지혜로운 사람

이효범 2021. 11. 2. 07:07

3-1-4. 지혜로운 사람

 

노자는 인간을 세 종류로 나누고 있다. 최상의 인간은 도를 들으면 부지런히 실천에 옮기는 자요, 중간쯤의 사람은 도를 들으면 사실인지 아닌지 의심을 하는 자이며, 최하의 사람은 도를 들으면 크게 비웃는 자이다. 여기서 노자가 바라는 인간은 최상의 인간인 지혜로운 사람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도를 인식하면 그것을 체득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성인이다. 이런 지혜로운 사람은 도와 더불어 현묘하게 동화하였기 때문에 시비의 언설을 잊는다.

 

진실하게 아는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 말을 하는 사람은 진실하게 아는 것이 아니다. 그 감정의 구멍을 막고, 욕정의 문을 닫으며,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엉킴을 풀며, 광채를 부드럽게 하고, 세상의 티끌과 동화가 된다. 이것을 현동玄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도를 체득한 사람은 친근히 하지 못하고, 소원하게 멀리 하지도 못하며, 이익이 되게 하지도 못하고, 해치지도 못하며, 귀하게도 하지 못하고, 천하게도 못한다. 그래서 천하에 귀하게 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스스로의 감정이나 감각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 그래야만 진정한 자유인이다. 왜냐하면 감정이나 감각은 인간의 욕심을 부추겨서 탐욕 속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은 사람의 귀를 먹게 하며, 오미는 사람의 입맛을 잃게 하고, 말을 달리며 사냥을 하면 사람 마음에 광기가 도지게 된다. 얻기 어려운 귀한 재물은 사람의 행동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배를 채우지 눈을 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탐욕을 버리고 무욕을 취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연적 존재이다. 자연적 존재는 도를 체득하여 일체의 것으로부터 속박되지 않는 성인이다.

 

굽히면 온전하고, 구부리면 펴진다. 비우면 가득 차고, 낡으면 새로워진다. 적으면 얻고, 많으면 미혹해진다. 그러므로 성인은 하나()를 안고, 천하의 모범이 된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니 밝고, 스스로 옳다하지 않으니 빛난다. 스스로 과시하지 아니하니 공이 있고, 스스로 자만치 아니하니 으뜸이 된다.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니 천하에 그와 다툴 자가 없다. 옛말에 굽히면 온전해진다는 말이 어찌 빈말이겠는가. 진실로 온전하니 그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연적 존재는 또한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구속되지 않는 무아인無我人이고 무심인無心人이다.

 

천지는 장구하다. 장구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 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능히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자신을 위한 일을 뒤로 미루기 때문에 실은 앞서게 되고, 자신의 이익을 제외하기 때문에 실은 거기에 있게 되는 것이다. 천도가 무위자연이므로 도리어 천지 자신이 영원할 수 있고, 성인은 무위자연을 본받아 사심 없이 도리어 자신을 성취할 수 있다.

 

성인은 일정한 마음이 없이 백성의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삼는다. 착한 사람은 나도 착하게 대하지만, 착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착하게 대한다. 그래서 모두가 착하게 된다. 믿음직한 사람은 나도 믿는다. 그러나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 또한 나는 믿는다. 그래서 모두가 서로 신뢰하게 된다. 성인은 천하에 임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천하를 위해 마음을 풀어 놓는다. 백성들 모두가 이목을 귀울이면 그들을 모두 어린이로 대해 준다.

 

자신의 마음에 속박되지 않고 얽매이지 않는 이런 성인은 참된 지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참된 지혜를 갖춘 능력자는 무위無爲의 정치를 할 수 있는 통치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