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84, 다시 고쳐 쓴 각오)

이효범 2021. 9. 30. 04:18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84, 다시 고쳐 쓴 각오)

 

 

o 다시 고쳐 쓴 각오

 

구녕 이효범

 

 

아이들이 다 자랐다.

이제 정든 집을 떠나

무당이 시퍼런 작도를 타듯

푸른 역사 위에서 살아야겠다.

돈을 위해서 노예처럼 일하지 않겠다.

힘센 편에 편안하게 서지 않겠다.

떠들썩한 대중에 아첨하고

바람 같은 시류에 영합하지 않겠다.

오랜 고난도 달게 받겠다.

역사는 외롭게 자기 길을 가고 있다.

주어진 자연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이념의 길을 만들고 있다.

반만년 백의민족이 이루려는 나라

할머니 등처럼 휘어진 민족의 등을

가만히 다가가 온 가슴으로 안아야겠다.

그래서 나도 역사가 되어야겠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처럼

역사 속에서 사는 사람은 빛을 발한다.

들판에 피어나는 조그만 꽃처럼

역사와 하나 되는 사람은 향기롭다.

우리가 산다는 일은 끝내 빛과 향기로 남는 것

아침 이슬부터 저녁 종소리까지

푸른 역사 위에서 살아야겠다.

 

후기:

생을 마감할 날이 멀지 않았는데도 아직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릅니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세속적 욕망으로 가득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지혜를 얻기란 참 어렵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결단을 내리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오직 역사가 부르는 길로 매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