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80, 빈 자리가 없다)

이효범 2021. 8. 24. 06:47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80, 빈 자리가 없다)

 

o 빈 자리가 없다

 

구녕 이효범

 

죽은 친구 아내로부터

비오는 날

받는 전화는 슬프다.

사십구재 지나

남편 친구들 소식을 접겠다는

낮게 울음 섞인 말은

메아리처럼 귓전을 맴돈다.

아직도 눈이 부리부리한 친구가

불쑥 이승의 문을 열고

웃으며 들어올 것 같다.

빈 자리가 없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사랑이 깊을수록

바람처럼 보내야 한다.

그것이 남은 자의 의무다.

 

후기: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는 일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비극입니다. 땅 위에 남아 있는 자는 어쩔 수 없이 과거를 정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시간은 지나온 역으로 거꾸로 흐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거를 정리하는 일은 자신을 여러 번 죽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