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76, 시의 언어)
이효범
2021. 7. 27. 06:40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76, 시의 언어)
o 시의 언어
구녕 이효범
‘나무’라고 쓴다.
뜬금없이 넓다.
‘소나무’로 좁힌다.
아직도 추상적이다.
의식의 저편에서 어렵게 건져
‘내가 만난 장수 군청 앞 소나무’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소나무가 어떤 모습인지 그려지지 않는다.
‘내가 만난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용트림하는 500년 된 장수 군청 앞 소나무’라고 묘사한다.
너무 사실적이다.
‘내가 만난 바티칸 박물관의 라오콘 군상처럼 고통으로 용트림하는 500년 된 장수 군청 앞 소나무’라고 비유를 넣는다.
깊은 산골에 있는 장수 군청은 지중해 바닷가에 있는 트로이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
‘논개가 왜장의 몸을 감고 남강으로 떨어지는 비극을 지닌 500년 된 장수 군청 앞 소나무’로 비틀어 쓴다.
시인지 산문인지 구분이 안 간다.
‘5.18 광주 비극 같은 장수 군청 소나무’로 압축한다.
아직도 긴장감이 문제다.
‘5.18 광주 비극의 장수 군청 소나무’로 직설한다.
마지막 군더더기까지 버린다.
‘5.18의 소나무’
내가 지운 모든 것은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
후기:
시의 언어를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떠오른 생각을 스케치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