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56, 겨울 강 풍경)
이효범
2021. 1. 29. 06:17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56, 겨울 강 풍경)
o 겨울 강 풍경
구녕 이효범
나체화 작가를 위해
옷을 벗은 가난한 모델처럼
두꺼운 얼음 위에 놓여 있는
누런 돌맹이 하나.
열려라 얼음!
나는 너를 공격하지 않았다.
순백의 얼굴을 찢어놓은 놈은 인간이다.
함부로 집어던진 돌맹이도
놓여야 할 자기 자리가 있다.
강물 속에 들어가 함께 흐르고 싶다.
후기:
강에 가면 아직도 지난 소한 때 언 얼음이 남아 있습니다. 얼음 위에는 누군가가 던져놓은 돌이 외로이 있습니다. 돌 주변에는 금과 상처가 어지럽게 나 있습니다. 쓰레기처럼 주변과 어울리지 않아 보기가 싫습니다.
왜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에 나와서도 얼음을 보면 돌을 던질까요. 어떤 사람들은 고운 새를 보아도 또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아도 돌을 던집니다. 예전 사람도 그랬고 지금 사람도 그렇게 행동합니다. 아마 최초의 아프리카에서 수렵하던 인류가 그렇게 했고, 그런 행동은 우리의 DNA에 각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사람은 몸이 진화하듯이 영혼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고, 우리를 살려주는 동반자라는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생명체뿐만 아니라 돌맹이 같은 물체도 자신의 전모가 햇살 속에 밝게 모두 드러나면 혹시 부끄럽지 않을까요. 분명이 내가 오늘 아침 금강 가에서 본 얼음 위의 누런 돌맹이는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