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과 죽음
모든 생명은 탄생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신비로운 사건에 의해 그 틀이 완성된다. 생명의 탄생이 하나의 기적적인 사건이라는 데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종교인이라면, 그것은 신과 함께 있던 영혼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사건이라고 말할 것이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던 난자세포가 정자를 만나 50번의 세포분열을 통해 새로운 개체로 진행되는 것이 생명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어떤 부분이 눈, 손, 피부, 그리고 두뇌가 될지는 단백질과 물만이 알 것이고, 9개월간 변형이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다가 마침내 백만 개의 새로운 두뇌 세포가 매분마다 새롭게 나타난다. 심장, 폐, 두뇌, 그 밖의 소화기관들은 마치 모선에서 떨어져 나올 순간이 정확히 언제인지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 때가 되면 각자 신비스럽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의 두 번째 신비는 탄생 후 수십 년 뒤에 일어나는 죽음이다. 이 죽음이 갖는 신비는 탄생의 신비와는 아주 다르다. 죽음은 탄생의 순간부터 욕망하고 갈망해왔던 모든 활동에 마침표를 찍는다. 희미한 심장박동 그래프는 보이지 않는 선을 힘겹게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어느 순간 딱 정지한다. 일생동안 약 7억 번 펌프질을 해 온 심장은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펌프질하는 걸 거부한다. 이 때가 되면 천억 개가 넘는 뉴론들도 더 이상 활동하기를 멈추고, 수백 조 개가 넘는 신체 세포들 역시 두뇌의 명령을 받지 못한다. 생명의 탄생만큼이나 신비로운 것이 바로 이런 갑작스런 생명의 끝이다. 생명이 다하는 순간에도 우리 몸의 약 99%의 세포는 평상시처럼 제 할 일을 한다. 30억 개의 유전암호인 DNA 염기들도 한동안 손상되지 않은 채로 존재한다. 죽음은 탄생과는 달리 어느 순간 불쑥 시작되지는 않는다. 어떤 세포는 한동안 죽음의 소식을 접하지 못한 채 계속 제 할 일을 한다. 심장박동이 멈추었다가, 두뇌가 산소부족으로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는 10분 이내에 다시 작동될 수만 있다면, 인간의 신체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게다가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간 후에도 인간의 눈꺼풀은 약 10번에서 12번 정도 깜빡거린다. (디팩 초프라, 죽음 이후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