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 2020. 11. 25. 05:28

o 가문

 

구녕 이효범

 

아이를 키울수록

부모님 생각난다

 

셋으로도 쩔쩔매는데

일곱을 어떻게 키우셨을까

 

한 밤 불덩이 되어

쉼 없이 울을 때면

그 옛날 산중에서

얼마나 가슴 조였을까

 

부모님은 나를 키우셨고

나는 너를 키운다

너는 또 누군가를 키우겠지

 

우리 몸을 타고 지나가는

이 아슬아슬한 생명줄 위에

우리는 어떤 깃발을 날릴 것인가

 

부모님은 힘쓰는 벼슬을 원했지만

나는 위대한 철학자를 바라지만

가문을 빛내는 건 한 길만은 아니다

 

어떤 길이든 원하는 길을 가라

그러나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너는 우리 가문의 한 사람이다

 

오서산 기슭에 뿌리내렸던 가문

소박하고 화목했으니

지나간 날의 유물이라 버리지 말고

그 가족의 대표임을 항상 기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