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껴안다(시집)

나무를 껴안다

이효범 2020. 11. 12. 08:28

o 나무를 껴안다

 

구녕 이효범

 

 

가을날 빈 들판을 지나

잎이 다 진 늙은 나무에게 간다.

 

나무는 아프리카 수도원의 수녀처럼

거기 서서 평생을 기도하고 있다.

 

나무가 수줍게 인사를 한다

나는 부끄럽게도 빈손이다.

 

나무야, 너는 전생의 나인 것 같다.‘

 

나는 용기를 내어 나무를 껴안는다

마음 속 그 사람처럼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