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지홍인 딸에게 주는 시
부모를 잘 모시는 사람은 윗자리에 있어도 교만하게 굴지 아니하고, 아랫사람이 되어서도 난잡스럽게 행동하지 아니하며, 동등한 자리에 있어도 다투지 아니한다. 윗자리에 있으면서 교만하면 패망하게 되고,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난잡하면 형벌을 받게 되고, 동등한 자리에 있으면서 다투면 병란을 일으키게 된다. 이 세 가지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비록 날마다 소와 양과 돼지의 고기만을 바쳐서 봉양한다 해도 효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내훈(內訓)>
내 나이 스물아홉/ 섣달 열사흘에 네가 태어났지/ 낳고 기르던 것 어제 일 같은데/ 네 어미 이미 죽고 난 늙고 병들었네/ 다행히도 너는 자라 시집가게 되었으니/ 내가 널 보낼 때 슬픔, 기쁨 간절했네/ 구차한 이별 회포는 말해서 무엇하랴만/ 내 딸이 좋은 아내 되길 바라누나/ 남편 뜻을 어김없이 반드시 공경하고 경계하며/ 시부모께 효도하고 시집의 일가들과 화목해라/ 사치보단 검소하고, 잘난 체 보다 못나게 살며/ 말 많은 것이 가장 좋지 않단다/ 술과 장, 명주실, 삼실 만드는 건 그 직분이며/ 종족을 보존하고 가정 이룸은 노력에 있다/ 규문에는 법도 있어 스스로 엄정하노니/ 바깥일에 삼가서 서로 간섭 하지 말라/ 네 집으로 가거들랑 내 말을 생각해서/ 가문에 치욕 있게 하지를 말아다오/ 늙은 내 이 말 만약 저버리지 않는다면/ 훗날에 저승에서도 편히 눈을 감게 되리라.
<채지홍(蔡之洪), 이씨에게 시집가는 딸이 떠나려 할 때에 말을 청해서 시를 주다(李女將行請言, 詩以贈之, 吾年二十有九歲 汝生臘月旬三日 劬勞顧復事如昨 汝慈已沒吾衰疾 幸汝長成有所適 我往送汝悲喜切 區區別懷且莫說 但請吾女宜家室 無違夫子必敬戒 孝于舅姑和宗戚 奢也寧儉巧寧拙 最是多言爲惡德 酒醬絲麻是其職 保族成家在努力 閨門三尺自有嚴 愼旃外事毋相涉 汝歸汝家思吾言 勿使門戶有耻辱 老吾此言如不負 他日泉下可瞑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