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서 보내는 편지(대법원, 헌법재판소, 감사원부터 옮겨라)
o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대법원, 헌법재판소, 감사원부터 옮겨라)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다행이 이런 험난한 기후에도, 우리는 산샤댐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중국 長江 주변이나 일본 큐슈 지방 보다는 너무나 상태가 양호하여, 참으로 좋은 환경에 산다고 위안하고 있습니다. 자연 환경은 이렇게 錦繡江山인데 인위적인 문화 환경이 눈과 코를 틀어막아 우리는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부동산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려고 하지만, 필연적인 이유인지 아니면 탐욕스러운 투기꾼들의 농간 때문인지, 가격이 잡히기는커녕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 생활을 하는 건실한 젊은 부부가 영혼까지 팔아 모든 수단을 강구해도, 수도권에서 자기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정도까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무엇이 잘못 되었습니까? 근본적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요? 아마 그것은 神만이 아실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당과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과 수도 완성이라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현재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고도 비만 상태”라며 “생태학에서 보면 동물의 경우 영역이 너무 좁아지면 출산이 일어나지 않는데, 그런 정도로 수도권에서 심각한 인구집중이 있다”라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렇잖아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어, 좁은 우리에 갇힌 쥐들처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 인구 중 절반이 수도권에 밀집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 사이에 우호와 협력이라는 아름다운 관계는 아예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니 오히려 반목과 질투가 자연스런 현상이 된 것입니다. 이런 환경은 사람들을 병들게 합니다. 지금 우리는 진정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니고, 죽지 못해 사는 것입니다. 매일의 일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우리 주변들을 돌아보고 그들과 함께 웃고 울고 있습니까. 우리는 그런 質的인 삶보다는, 상대적으로 남보다 덜 가진 자기의 所有에 더 많이 불만족하고 분노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은 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일시에 모두 해결할 순 없습니다. 인위적으로나마 인구를 전 국토에 분산시키고 지역을 균형 발전시켜, 전 국민이 골고루 잘 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나라보다는 도시가 경쟁력을 갖기 때문에, 국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서울 같은 일정한 규모의 도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고대의 아테나나 중세의 피렌체, 그리고 20세기의 비엔나는 창조적이고 야심 많은 젊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도시를 발달시키고 세계문화를 선도하였습니다. 현대 문명도 사실 뉴욕, 동경, 북경, 런던, 파리, 로마, 싱가포르, 뉴델리 등 거대 도시들이 중심이 되어 변천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정 규모의 다이나믹한 서울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서울은 현재 북한의 김정은처럼 너무나 비대하고 그리고 계속 비대해져, 국가의 발전에 해악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中央集權的인 전통이 강한 나라라고 하지만, 왜 서울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어야 하나요? 이제 서울의 핵심적인 발전에 크게 공헌하지 않고, 꼭 서울에 있지 않아도 그 기능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기관들은 과감히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지방도 사는 길이지만, 사실은 서울도 계속 발전하고 또한 그 속에 거주하는 서울 시민도 시원한 숨을 쉬면서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서울에 있는 기관 중에서 제일 먼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그리고 감사원이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에 국회나 청와대와의 유기성을 생각한다면 세종으로 이전해도 좋겠지요. 대법원은 죄를 지은 사람들을 직접 잡아 벌주는 기관이 아닙니다. 1심과 2심에서 법적으로 결정된 판단을 점검하는, 우리 사회의 법적 기준을 최종적으로 확립하는 권력기관입니다. 그런 기관은 서울은커녕 심지어 산속에 있어도 무방하다고 나는 봅니다. 대법관들에게는 오히려 평화스러운 환경을 만들어주어 바쁘게 살게 하기 보다는, 학자처럼 공부하고 수도승처럼 수도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간에 관한 깊은 이해와 우리 문화나 전통 그리고 국제 사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어,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바로잡도록 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헌법일치와 불일치를 판단하는 노년의 헌법재판관들이 아비귀환 같은 서울에 살 이유가 굳이 없다고 봅니다. 또 감사원은 어떻습니까. 감사원에는 모든 공공기관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감사할 책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그들이야말로 피감기관과 이해 관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오직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면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보다는 오히려 지방에 위치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세 기관의 지방 이전이 서울의 인구 분산에 크게 기여하지는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실제 효과도 분명히 있고, 특히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봅니다.
우리는 전 법무장관 조국처럼 어떤 일군의 사람들이 권력도 높고, 돈도 많고, 명예도 주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살기 원하는 서울의 강남에 산다면, 그런 사회를 정의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공직자는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염치를 지켜야 합니다. 이런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한 사람은 사실 국가의 고위공직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심한 말이지만 앞으로 강남3구에 사는 사람들은 고위 공직자에서 배제시켜야 합니다. 특히 권력의 중심에 있는 세 기관의 공직자들은 이제 서울이 주는 특혜를 스스로 버리고, 이전된 지방의 근무지로 생활기반을 옮겨, 검소하고 청빈한 모습을 국민에게 직접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도 판결이나 감사를 존중하고 법의 권위에 기꺼이 따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판결 같은 개인의 송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말고, 어떻게 하면 사법부가 국민의 사랑을 받을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합니다. 적폐 청산 같은 현실 정치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어떻게 하면 사법부의 법관들을 권력의 맛에 빠져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그들의 억울한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게 할 것인가를 다각도로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 방법의 하나로 대법원장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대법원과 대법원장의 관사 그리고 대법원장의 주소를 지방으로 옮길 것을 제안합니다. 최고재판소장도 마찬가지이고, 감사원장도 마땅히 그러해야 합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입니다. 높은 권력을 가진 공직자들이 스스로 결단하여 특혜를 내려놓고 불편한 길을 선택하는 이 길만이, 코로나 사태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앞으로 코로나가 그리고 코로나 이후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잘못하면 해방 후 우리가 이 땅에 이룩한 놀라운 기적들이 한순간 필리핀처럼 모두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 위기의 순간에 민족이 하나로 뭉쳐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직자부터 희생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지금, 서울의 집값으로 우리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과 서민들이 울부짖을 때, 사법부와 감사 기관이 먼저 스스로 서울을 떠나겠다고 선언을 하는 것입니다 .
무거운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코로나와 장마 비에 모두 안녕하시기를 빕니다.
2020년 7월 25일 구녕 이효범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