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79, 떠나자)

이효범 2024. 2. 28. 18:28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79, 떠나자)

 

o 떠나자

 

구녕 이효범

 

봄이 왔다, 친구여

설산의 눈처럼, 떠나자.

강물이 흐르듯 존재도 흐른다.

세상에서 붙잡을, 흔들리지 않는 말뚝은 없다.

봄에 씨 뿌릴 우리의 땅이

바로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다.

우리는 먹으려고 세상에 온 게 아니다.

머무르면 썩고, 떠나면 산다.

미루나무를 흔드는 바람

깨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하얀 파도

무너져 내리는 성당에서 간절히 기도드리는 신부

가로등 불빛 아래 눈짓하는 몸 파는 여자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수초 속에 숨은 천둥오리

떠나서 만나는 그들이 바로 나다.

봄이 왔다, 친구여

바다의 범선처럼, 떠나자.

내가 나로 온전히 돌아오는 것이

지상에서 내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