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62, 만남)

이효범 2024. 1. 1. 22:44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62, 만남)

 

o 만남

 

구녕 이효범

 

어느 봄날 붓다는 발길을 서쪽으로 돌려 예수를 찾아갔다.

당신은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서

가난한 사람을 등쳐먹는 환전쟁이들을 쫓아냈습니다.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외쳤습니다.

참으로 목숨을 건 의로운 행동이었습니다.

당신께 존경을 표합니다.”

예수는 예를 차려 공손히 답변했다.

나는 하느님 나라가 곧 도래하는데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이 심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자비는 사람을 넘어 모든 생명체로 향합니다.

그 한량없는 마음에 머리를 숙입니다.”

 

붓다는 더 서쪽으로 가서 소크라테스도 만났다.

당신은 사랑하는 아내한테 모진 바가지를 들으면서도

아테네와 아테네 시민을 사랑했습니다.

전쟁에 3번이나 참전해서 누구보다 용감하게 싸웠고,

등에처럼 싫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지한 시민들을 각성시켰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조국에게 배신당했습니다.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던 당신을 찬양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동쪽 산에서 온 붓다의 두 손을 정성껏 잡았다.

나는 사람의 영혼을 다이아몬드처럼 중하게 여기고,

성을 쌓아가듯 도덕적으로 굳건하게 다지기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양파 껍질을 벗겨내듯 영혼을 조각내어

끝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나는 구성하고 당신은 해체했지만 우리는 짝을 이루었습니다.”

 

붓다는 가을에는 사막을 지나 동쪽으로 가서 공자를 만났다.

당신은 55세에 천하를 건지려고 주유를 시작하였습니다.

상가집 개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도 14년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그 열정은 어디서 나온 것입니까?

덕으로 혼란한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공자는 두 손을 공손히 모았다.

먼 데서 벗이 찾아오니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진력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보이는 현상을 넘어 현상을 가능케 하는 법을 찾았습니다.

만물이 서로 의존되어 있다는 깨달음은 실로 놀라운 지혜입니다.”

 

붓다는 먼 길이었지만 이번 만남이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