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51, 문득)

o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51, 문득)

 

o 문득

 

구녕 이효범

 

처음 길은 풍경이지만

다음 길은 일상이다.

 

일상이 일상이 되어

일상에 질식하는 자 떠돌게 하라.

 

떠돌다 떠돌다

구름처럼 떠돌다

어느 가을날 돌담 가에서

햇살에 화장하는 구절초를 보고

문득 구절초 같은 사람과 아들딸 낳고

개똥밭에 구르고 싶다면

그대로 머물게 하라.

 

머물다 머물다

바위처럼 머물다

어느 봄날 여울 가에서

흘러가는 눈 녹은 물을 보고

문득 이 마을 저 마을 장돌뱅이처럼

마음 바닥까지 맛보고 싶다면

기꺼이 떠돌게 하라.

 

떠도는 자 떠돌게 하고

머무는 자 머물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