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 2020. 6. 2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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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녕  이효범

 

 

꽃을 꺾는 것처럼

꽃을 정의하는 것은

꽃에 대한 폭력이다.

예쁘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바람처럼 건성으로 건드리지 마라.

생명을 건 저 절규 소리를 들어라.

빛 속에서 탄생하는 저 경이로움

시간 속으로 소멸하는 저 장엄함

허무를 찌르는 저 마지막 승부수

절정은 이미 절정을 넘는다.

꽃은 꽃이 아니다.

꽃을 죽은 언어로 가두지 마라.

꽃은 언제나 우리의 의식 밖으로 빠져 나간다.

온전히 잡혀지지 않는 꽃

그래서 꽃은 사랑스럽다.

그래서 꽃은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