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존 롤즈를 찾아서9

이효범 2023. 1. 6. 08:10

(5) 존 롤즈를 찾아서9

 

구녕 이효범

 

롤즈의 정의관이 함축하는 바는 의미심장하다. 우선 자유주의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기본적 자유는 오직 자유에 의해서만 제약될 뿐 어떠한 경제적 이득과도 교환할 수 없다. 그리고 어느 한 사람의 자유의 상실은 그로 인해 타인이 향유할 보다 큰 선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다. 즉 각 개인은 사회 전체의 복지라는 명목 아래서도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정의에 의해서 보장되는 이러한 기본권이 더 이상 정치적 흥정이나 사회적 이득의 계산에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노예제도는 언제나 부정의(不正義)한 것이 된다.

 

다음으로 자유주의를 강조하지만 평등주의적 경향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에서 가장 불리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 즉 최소 수혜자의 이득을 증진시키지 않는 한 모든 경제적, 사회적 가치는 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리주의자의 최대행복이라는 기준과는 대조적으로, ‘각각의 사람이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이익을 얻어야 할 것을 요구한다. 차등의 원칙이 정당화되는 근거는 자연적 자산(재능, 체력)은 도덕적으로 가치 가 없다는데 있다. 그것들은 사회의 공동자산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연적 불평등은 사회정의 원칙에 의해 수정되어야 한다. 이점은 단순한 공리주의적 입장을 초월하여 복지국가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차등적 처우는 보다 불리한 자들의 처지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사회적 유용성(social utility)에 의해 정당화 된다.

 

공적을 높이 사는 것은 그 자체의 본질적 가치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주는 사회적 유용성 때문이다. 그것은 능력 있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하도록 유인으로 작용하게 하고, 타인에게도 그를 본받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함으로써 사회적 생산을 고양시킨다. 롤스는 강조한다. "분배되는 몫은 타고난 운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그 운은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임의성을 띤다. 소득과 부의 분배가 역사적, 사회적 우연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듯이, 타고난 자산에 따라 결정되어서도 안 된다.” “차등원칙은 사람들의 타고난 재능을 공동 자산으로 여기고, 그 재능을 활용해 어떤 이익이 생기든 그것을 공유하자는 데 사실상 동의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은 그들이 누구든,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상황을 개선한다는 전제에서만 자신의 행운을 이용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태어나면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단지 재능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득을 얻어서는 안 되며, 그들을 훈련하고 교육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갚고,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그러한 행운을 얻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애초에 뛰어난 능력을 타고날 자격이 있거나 사회에서 다른 사람보다 유리한 출발선에 설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러한 차이를 없애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 차이를 이용할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사회의 기본 구조를 조정해, 우연한 차이가 행운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쓰이도록 하는 것이다.”

 

롤즈의 이론에도 비판은 많다. 하버드 대학 철학과의 동료 교수였던 노직(Robert Nozick)의 비판이 유명하다. 그는 무정부, 국가, 유토피아(Anarchy, State, and Utopia)에서 롤즈의 자유주의가 평등주의에 대한 깊은 개입에 의해 명백히 제한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평등주의적 목표를 추구하는 국가는 그 의도가 아무리 순수하고 고귀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부당하다고 비판한다. 그는 롤즈의 차등의 원칙에 내재하는 이론적 불균형을 문제 삼는다. 즉 한 체제 내의 최소수혜자들이 그 원칙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으나, 보다 유리한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차등의 원칙에 입각한 사회체제에 기꺼이 호응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떠한 근거에서인가 의문을 제기한다. 이어서 그는 롤즈가 지능, 체력 등의 자연적 자산은 수정되어야 할 불평등으로서 도덕적으로 볼 때는 임의적이라는 롤즈의 직관이 갖는 자명성에 의문을 던진다. 자연적 자산은 재분배되지 않으면 안 되는 하나의 공동재산으로 간주하고자 하는 롤즈의 평등주의 이념을 비판하는 것이다. 노직에 의하면 모든 개인은 그의 자연적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가장 정의로운 사회구조는 자연적 자산은 물론이고,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 등 취득한 자산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타인의 처지를 보다 악화시키지 않고 얻어진 것이라면, 그에 대한 절대적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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